지난달에는 기술 성장주 중심의 랠리가 펼쳐졌지만, 이번 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월요일, 금·은·동 등 주요 원자재 선물이 갭업으로 출발한 이후, 한 주 내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나는 지난 2주 동안 MSTR, AAOI, ALAB, IONQ 포지션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금과 은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다시 전환했다. 구리 광산 기업인 ERO는 여전히 보유 중이며, 이번 주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주 가장 주목할 만한 뉴스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이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재정 적자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big and beautiful bill”이라 불리는 이번 예산안은 이전 민주당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재정 지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DOGE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는 강하게 반발하며, 트럼프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연일 X를 통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과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국채를 팔고 대체자산을 매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값은 지난 1년간 35%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금이 $3,400/oz를 돌파하자 과열 논란이 대두되었고, 신중론이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실제로 Bank of America의 5월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금은 가장 crowded trade로 꼽혔다.
4월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장 조정은 기술주는 물론 금과 은까지도 끌어내리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후 5월 반등장에서는 CRWV, HIMS, PLTR, QBTS와 같은 테마주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나 역시 금과 은을 매도하고 AAOI, ALAB, IONQ, MSTR를 매수했다. 그리고 5월 22일 IONQ는 장중 40% 이상 급등했다. CEO가 Barron’s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IONQ를 “양자 컴퓨팅의 Nvidia”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 계기였다.
시장에는 “Trade the traders”라는 말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 흐름을 활용하라는 의미다. 금과 은은 대부분의 트레이더들로부터 관심을 잃었고, 시장은 다시 투기적 심리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예산안이 보여주듯 미국의 재정 적자는 여전히 심화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금값은 단기 조정을 거치며 과열 심리가 빠르게 식었고,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금을 crowded trade로 인식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은 5월 7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조정을 받았고, 많은 트레이더들은 금값이 $3,000/oz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GLD ETF에서는 역대 세 번째로 큰 주간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는 금과 은에 대해 contrarian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이 금값이 $3,000/oz 아래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금이 약한 조정만 거친 뒤 다시 최고가를 돌파한다면, 조기에 매도한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자산의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의 ‘고통’에 의해 움직인다. FOMO는 상승 자산을 더욱 추격하게 만들고, 늦게 진입한 매수자들은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는 금값의 재상승이다.
특히, 최근 GDX와 SLV가 GLD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금값이 오르면 금광 주식과 은이 더 크게 오른다는 '레버리지 플레이'가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나 역시 올해 SLV에 ‘원펀치 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은값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많은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SLV 포지션을 정리했다.
SLV를 포기한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실버 랠리의 임박을 직감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시장은 항상 max pain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수개월 동안 SLV의 랠리를 기다리다 떠난 투자자들이 SLV가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어떤 심정일까? FOMO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결국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수하게 된다. 이는 랠리의 연료가 된다.
이제 진짜 실버 랠리가 시작된 걸까? 아니면 금이 더 나은 선택일까?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단 하나 분명한 건, $3,000/oz 이상의 금값은 이제 지속 가능한 레벨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빠르게 누적되는 지금, 세계는 레이 달리오가 말한 ‘새로운 질서(New Order)’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금값이 다시 $3,000/oz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원자재 랠리에 ‘원펀치 포지션’을 열었다. 어떤 자산이 오를지는 알 수 없기에, 금·은·동을 모두 담았고, 원자재 자체보다는 이를 채굴하는 광산주 위주로 구성했다.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광산 기업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평가된(under-owned) 섹터에 자본이 유입되면 주가는 급등하게 마련이다. 과연 이번에는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원자재 랠리가 찾아올까? 오직 신만이 안다.





